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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리고 싶은 기억들 조차 흐릿해 질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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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리고 싶은 기억들 조차 흐릿해 질때.

노튼경 2009. 8. 4. 14:41



Voigtlander Bessa-R | CS 35mm 1:2.5 | Fuji Realra 100

막상 그리워서 떠 올려보면 그것이 흐릿하게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 기억의 가장 중요한 모든 감정이 담겨있는 한 장면이 기억이 나지 않고 마치 또박또박 쓴 일기장에
어쩌다 젖은 물방울 때문에 번저버린 어떤 중요한 한 단어 처럼 희미해져서 정확하지 않은 기억이있다.

내가 사랑했는지 아니면 그 사람이 나를 사랑했는지 또는 우리가 사랑했는지..
아니면 어쩌다 마주친사람에게 한순간 연민의 정을 느꼈던 것인지.

겨울철 지나가는 열차안에서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한 여인의 촛점없는 눈망울을 보고
아주 잠깐동안의 사랑에 빠졌던 것이였는지.......


어쩌면 그때의 소중했던 어떤 큰 사건이 있던 기억들 조차도 지나고 나면
유통기한 지난 어떤 식료품 처럼 상해버려서 그 가치가 떨어진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어느 드라마의 한 나레이션 처럼.
기억이란건 항상 자기 멋대로여서 죽을것 같이 아팠던 기억도 지나고 나면 그저 힘들었던 한때가 된다고.
사랑했던 기억 조차도 훗날 그저 하나의 추억거리 밖에 가치가 없는 것 처럼.
내 속에서 변질되어 버린 어떤 기억이 ...

그리 중요하지 않고 막연히 그리웠던 한기억이 오늘날 나를 괴롭힐때
또는 막연히 그립지도 또는 아쉽지도 않았던 당시의 일들이 변질되어 너무나 아프고 그립고 서러운 기억으로 변질되었을때
그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고 이 기억의 근본 조차도 그 가치를 의심하게 된다.


난 요즘 기억을 앓고 있다.

정말 소중했던 것 같은 기억인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기억나지 않아서
기억을 앓고 있다.

그래서 많이 두렵다.

그 중요한 부분의 기억이 되살아 났을때.
정말 소중한게 아니라 아픈거였다면 난 그로 인해
그 기억이 지워질때 까지 아파해야 할것이고.
정말 소중한 것이라면...
내가 그것을 오래도록 힘겹게 떠올릴 만큼 잊고 있다는 것이...


되돌리고 싶은 기억들 조차 흐릿해 질때
내가 이것을 왜 되돌려야 하는지 조차 잊을때.


내가 기억을 갖고 있는 한 존재라는 것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