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차인것 같다?"

"신경 꺼..."

"술이라도 한잔 사주랴?"

"됐거든. 나 멀쩡해"

"멀쩡한 사람이 얼굴에 '나 죽겠어요'라는 표정을 짓는 건 첨본다."

"자꾸 그러면 가만 안둘꺼야!"

".... 야.. 이제 그만 해. 꼭 쥔 손으론 단지에서 계란을 뺄순 없어...."

 

금새 그친구의 눈엔 몽글몽글한 물방울이 맺혔다.

 

말없이 등을 두드리니 내 어깨에 얼굴을 파 묻고 길 한가운데서 서럽게 운다.

모양새는 꼭 방금 싸운 연인사이인데 남자가 먼저 사과를 한 꼴이다.

 

그렇게 몇분동안 울더니 벌개진 코끝을 훌쩍 거리며 말한다.

"술 사내. 니가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

.

어느날 남자친구라면서 소개 시켜준다고 술한잔 하잔다.

그남자 키도 훤칠하고 잘 생겼지만 어딘가 모르게 눈매가 불안하다.

친구들과 같이 모인자리에서 말수도 너무 적고 사람을 경계하는 눈빛이였다.

 

왠지 그녀를 우리들로 부터 떼어내고 싶어하거나, 또는 우리와 더 오랜기간 알았다는 것에 대해서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후로 그녀에게서 간간히 들리는 소식으로는 그 남자는 소유욕이 매우 강한 사람이고

너무나 보수적이였다. 여자친구가 동호회 활동이나 동창회 또는 친목모임에 나가는 것을 너무나 싫어했다.

점점 그는 그녀의 생활에 간섭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그녀의 것들로 부터 하나씩 버려지게 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사랑.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사랑, 그로부터 받는 사랑에 대해서 혼란스러워했다.

 

그래도 단둘이 있을때는 자신에게 정말 다정하고 권위적이긴 하지만 듬직하게 자신을 잘 잡아준다고 한다.

 

그렇다.

그녀는 그렇게 자위하고 있었다.

무엇에 대한 희망을 가졌을까. 무엇에 대한 미련이 남았길래 그 끈을 단호하게 놓지 못했을까.

 

.

.

.

 

"내 나이 서른 넘어서 엄마한테 아직도 시집 못가고 있다고 맨날 구박 받지. 동생녀석은 누나가 결혼해야 자기도 할수 있다고

은근히 협박해 오지.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서 이정도면 내가 맞춰줄수 있겠다. 싶어서.. 그리고 잘 참을 수 있을것 같아서

내가 더 잘 하고, 내가 더 양보하면 그 사람도 조금은 내 마음과 노력을 알아줄 줄 알았어....."

 

그날 그녀는 술자리 내내 결국 그 사람에 대한 미련이 아닌 자신에 대한 미련으로 괴로워 하고 있음을 내비췄다.

 

 

아무리 보기 좋고, 질 좋은 옷이라도 몸에 맞지 않으면 점점 잊혀지게 마련이다.

몇십년을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하나가 되기 까지는 많은것들에 대한 희생이 요구될 때가 있다.

그 희생에 뛰어들때  적어도 '나'라는 사람에 대한 정체성 하나쯤은 남겨두자.

상대를 사랑하기에 불태워버릴수 있는 마음이라고 하더라도 돌아갈 길 하나쯤은 마련해 둬야 한다.

 

세상에 알려진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것은 그저 이상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이루어낸 이야기가 아닌 이상은 현실에서는 자신에게 적용될수 있는 사랑이란 것은 그 한계가 너무도 분명하게 보인다.

다만 그속에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라면서 스스로를 조금씩 베어물다 보면 결국엔 헐벗은 뼈만 남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져 버리면 100% 이상의 능력이 생겨 버려  그것이 내 현실적인 한계인양 끝까지 후회없이

불태워 보련다 ...는 열정이 되살아난다.

 

그리고 문득 무엇인가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나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스스로에게서 느낄수 없을때...

이미 자신은 상처받고 있고 이별을 한 상태에 다다랐을 경우가 많다.

 

 

사랑에도 현실적인 게이지가 필요하다.

 

현실적인 게이지를 얻기 위해서는 타인보다는 나를 더 사랑할줄 알아야 한다.

나르시스의 그것처럼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준비를 하기 위해서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그 과정이 없이 무작정 뛰어든 사랑은 결국 이별로 치닫게 된다.

 

 

조용한 밤길에 쓸쓸히 서있는 가로등.

그 등불로 뛰어드는 밤벌레들의 지독한 날개짓이 애처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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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튼경





그렇게 판단하고,
선택하고,
꾸미고,
빼고,
삭제하고,
의지하고,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동안....


날아가 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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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Barnak IIIC | Summitar 50mm 1:2.0 | Fuji Realra 100


그때와는 다른 시간 그때와는 다른 계절.

역시나 기억은 멋대로다.



시간이 알아서 잘 흘러주는대도 변하지 않는 것은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이고

세월이지나 그것이 약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비웃듯 고스란이 그 기억에 대한 후회를 안고 살아간다.


그런날이 있다.


멀쩡히 잘 걷던 길에 발목이 접질려지고

늘 잠그던 자물쇠에 손가락 살이 짚히며

눈감고 다녀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다 아는 거실의 책장에 새끼 발가락을 찧고

잘 나오던 후추가 갑자기 막히고 굳어 버렸으며

늘 잘 뿌려대던 소금이 덩어리째 떨어진다.

그리 꽉 잠그지 않았던 마요네즈 뚜껑이 안간힘을 써도 열리지 않는 날이 있다.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것에도 서러울 때가 있다.



그때와는 다른 시간 그때와는 다른 계절

그리고 늦여름 밤 굵게 흘려버린 땀줄기는

그저 보기좋은 변명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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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Barnak IIIC | Summitar 50mm 1:2.0 | Fuji Realra 100


바다로 가는 강은 고스란히 상처를 바다에게 떠넘겨 주었다.
심한 폭우로 산을 휘저어 온갖 상처를 안고있던 강은 끝내 바다에게 모든 추억과 상처와 찌꺼기를 그대로 넘겨 주었다.

바다는 점점 거세지는 파도로 찌꺼기들을 밀어내었고
모래사장에는 그 흔적들이 쌓여간다.


그럴수 밖에 없는 관계.
그럴수 밖에 없는 현실.
당연한 결과.


살아가는 과정중에는 강과 바다와 모래사장같은 사건들과 관계들이
무수히 많은 변수를 주어가면서 곳곳에서 나타난다.
모든 인과관계를 따져서라도 부정을 하고 싶지만 당연한 결과들이 나올수 밖에 없는 사건이 너무도 많다.

관망자는 폭풍 후에도 바다는 여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나고 나면 그저 그 괴로운 순간을 잘 넘겼기에 아무것도 아닌듯 덤덤하겠지만
당시의 자아는 괴롭디 괴롭고 힘들디 힘들었다 할수 있겠다.
그때를 추억할수 있는 것은 결과가 어떻든 잘 지나왔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강. 바다. 모래사장의 순환이다.
모든 것은 원인이 있으며 결과가 존재한다.
모호한 것일 지라도 어떤 형태로든 사건은 결말이 나며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 결과는 서로에 의해서 정의되기 마련이다.


중요한것은 바다는 여전할 것으로 바래선 안된다는 것.
파도는 바람에 의해서 생성된다.
그 크기가 작던 크건 정화하기 위해서 움직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람의 마음에도 늘 크고 작은 파도가 일고 있다.
단순이 밀어내기 위한 파도라고 생각하지 말자.
정화하고 정리하고 새로워지고 단단해지고 발전하기 위해서 늘 그렇게 끊임없이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그 과정들을 사려깊게 봐주고 인정하다 보면

어려웠던 관계들도 힘들었던 시간들도 잘 견뎌낼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파도는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될 행위이고 이해해야만 하는 과정이다.



이제부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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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사진 여행을 떠날까 했지만 너무도 거창한것 같아서 카메라 하나 달랑 매고 고향으로 갔죠.

고향이 바다와 매우 가까워서 잠시 하루정도 바다에 머물렀었죠.

폭우가 내린뒤라 하늘도 맑았지만 이상저온 현상으로 바닷가에 사람도 그리 많지도 안았더랬죠.

 

나름 맑은 날에 혼자 바다를 거니는 것도 좋았답니다.

바람소리와 파도소리, 모래알쓸리는 소리 말고는 어쩌다 갈매기 울음소리 잠깐 나올 정도로 조용했죠.

 

탁 트인 이곳에서 뭔가를 쏟아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렇게 격해지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냥 그렇게 지나온 세월만큼 내가 잘 참고 견딘것은 아마도 누군가를 원망하는 마음보다는

조금은 더 잘해줄껄 하는 미련이 이젠 더 앞서기 때문일까요.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다가

바다를 향해 잠시 인사를 건넵니다.

 

"당신이 가져간 내 사랑은 안녕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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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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